220829
엊그제 무주 반딧불이 축제에 다녀왔다.
차가 꽉꽉 막혀서 거의 6시간 걸려 도착했다. 아무튼.
#1
반딧불이가 거의 없었다. 날씨 탓이라는데....
아쉽긴 했지만 축제 첫날이라고 잡아둔 반딧불이를 푼다던가 하지 않고
자연 상태로 둔 점을 칭찬하고 싶었다.
또 하늘이 무섭도록 맑고 별이 잔뜩이라 좋았다.
다만, 쓰레기 같은 놈들이 지 새끼에게 보여준다고
얼마 없는 반딧불이를 잡고 있어서 쫌 딥빡!
절대 잡지 말라고 버스 안에서 몇번을 강조했는데, 그래도 잡는 새끼가 있었다.
#2
반딧불이 축제지만, 생각보다 훨씬 글로벌한 축제였다.
인도 사람이 인도풍 공예품을 팔고, 튀르키예 사람이 케밥을 팔고
잉카 느낌 물씬 나는 공연과 악기를 팔고 있었다.
게다가 반딧불이에 대해 설명해 주는 사람은 필리핀 출신의 아줌마였다.
덕분에 반딧불이가 따갈로그어로 '알리탑탑'이라고 부른 다는 걸 알게됐고
반딧불이의 다른 이름인 개똥벌레는 개똥처럼 흔해서 붙인 이름이라는 것도 알게됐다.
그러면 이제 궁금해 지는데, 예전엔 개똥이 얼마나 많았기에 개똥이 붙은 관용구가 그렇게 많은 걸까?
약에 쓰지 않는 이상 개똥이 지천에 널린 나라였나? 그만큼 개도 많고?
심지어 구를 수 있을 만큼 큰 개똥 밭도 있었던 듯 한데... 그러다보면 개고기를 먹는 것도 어쩌면 당연했구나 싶다.
#3
반딧불이가 메인이다보니 축제는 해가 진 뒤가 절정이었다.
옛 선비들이 했다는 낙화놀이도 볼만했지만,
현대 과학기술로 무장한 드론쇼를 따라가긴 좀 힘들어 보였다.
수백대의 드론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데 정말 장관이었다.
#4
야시장을 아주 오래간만에 봤다.
품바 공연을 하는 팀도 함께 오래간만에 봤는데, 세상이 변한다는 걸 온몸으로 실감했다.
일단 이들도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었고 고정 카메라만 5대가 보였다.
당연히 실시간 라이브도 하고 노인들의 슈퍼챗도 펑펑 터지고 있었다.
잘 보는 채널 가운데 하나로 '과학하고 앉아있네'라는 채널이 있다.
슈퍼챗이나 실시간 시청자만 보면 품바 공연팀의 완승이라 조금 기묘한 기분이었다.
시간이 늦어지자 술 좀 들어간 중&노년층들이 일어나 춤을 추기 시작했다.
불콰한 얼굴로 몸을 흔드는 모습은 장소와 노래 장르만 다를 뿐 스페이스 이비자!
돔 대신 몽골텐트, EDM 대신 품바타령이라 그렇지,
뭐 사람들 취해서 몸 흔드는 건 비슷비슷했다.
그리고 행사장 안밖으로 설치한 조명 덕에 사진찍고 놀기 굉장히 좋았는데
핸드폰을 안 챙겨서 사진이 몇장 없다. 삼각대 펴고 어쩌고 하기엔 사람이 너무 많아서 힘들다.